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California life: deliver a child in the USA] 미국 임신 출산 일기, 산부인과, 병원 입원, 유도 분만, 자연분만 : 38주 6일 팬더 출산
    2023_U.S.A 2023. 10. 27. 09:05
    반응형

    *주절주절, 디테일 주의*

     6월 8일 목요일 낮 12시 1분 2.7kg의 우주팬더가 세상에 나왔다.

    병원에 들어갈 때 24시간 안에 자연분만을 못하면 제왕절개를 해야한다해서 잉효한테 나는 15시간 안에 출산 하겠다 했다. 그걸 듣고 잉효는 이건 시합이 아니라며 왜 이것마저 장군처럼 하려 하냐 했다. 마음 편하게 먹으라며. 결론적으로는 12시간 만에 출산하긴 했다.

     기내용 케리어 2개 나눠서 짐을 챙겼는데 한개 + 절반에는 남편이 지낼 짐을 챙기고 나머지 절반에만 내 짐을 챙겼다. 산모의 필요한 물건은 다 병원에서 제공되어서 그닥 들고갈 것도 없었다. 그리고 차에 신생아용 바구니 카시트를 설치하고(카시트를 설치하는데도 애 낳으러 가는 것이 전혀 실감이 안나더라.) 12시에 시동걸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체크인을 하고 병실을 배정받으니 12시 40분정도 되었다. 이제 이 병실에서 아기 낳을때 까지 지내겠구나 싶었다.

     

     병원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좀 기다리니 담당 간호사들이 우르르 들어오면서 기본 신상정보와 알러지 등을 물어보며 시스템에 입력을 했다. 배에 진통 감지 하는 센서를 부착하고 IV 를 왼 손등에 꽂았다. 입원 하고 기본 세팅만 한 한시간 반 정도 걸린 듯 했다. 확실히 의학용 영어가 많아 못알아 듣는게 많았는데 간호사분들이 너무 친절해서 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면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나랑 남편 둘만 남겨졌다. 늦은 밤 조용한 병실에서 병원 기계들의 삑삑 거리는 소리가 매우 크게 들렸다. 남편의 자리는 1인용 쇼파인데 밑을 당기면 침대로 변하더라. 그리고 우리는 조금 잠을 청했다. 자는 동안에 간호사가 수시로 방에 들어와 나의 상태를 체크했는데 나보고 안아프냐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아직 견딜만 한데 왜그러냐 하니 이정도 진통이면 에피듀럴(무통주사) 바로 찾는데 나는 그냥 자는 수준의 심박수라고 평소에 운동 많이 했나보다라고 했다. 이게 바로 하이킹의 힘인가 싶었다.

     

     그렇게 입원한지 4시간 정도 흐른 뒤, 자궁이 2.5cm 열렸을 때 간호사가 들어와 내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양수를 인위적으로 터트리라고 하셨다 했다. 이게 바로 유도분만이구나 싶었다. 나의 유도분만은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다. 조금 기다리니 남자 의사선생님이 간호사와 함께 들어왔다. 엄청 무뚝뚝하게 자기 소개를 하더니 밀봉 되어있던 긴 나무막대기를 꺼내서 양수를 푹 하고 터트렸다. 생각보다 아팠다. 출산 했던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양수가 터져서 병원 간 사람들이 많은데 '그냥 팍 하고 터졌다.' 라고 하는데 나는 인위적으로 터트려서 그런지 아팠다. 그리고 뜨거운 물이 확- 하고 나와 온 침대에 난리가 났다. 간호사들이 두명정도 더 들어와 내 침대 자리를 내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다 정리해주고 새것을 깔아주었다. 나는 엉덩이만 요리조리 피해주는 정도였다. 그리고 확실하게 이 다음에 진통이 올 때 통증이 미친듯이 왔다.

     

     참을 만큼 참다가 4cm가 열렸을 때 더이상 참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무통주사를 맞았다. 무통 주사를 신청하고 마취 담당 선생님이 오시는 30분이 정말 엄-청 길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아주 밝고 친근한 남자 선생님이 오셔서 무통주사를 놔 주셨다. 허리에 마취약 호스를 꽂기 위해 큰 바늘을 척추 사이에 꽂는데 힘을 최대한 빼라고 하신다. 그렇게 힘을 빼고 있는데 주사가 쑤욱 들어왔는데 신경을 건드렸는지 왼쪽 다리가 툭! 하고 반사적으로 튀었다. 마취 선생님이 정상이라고 아마 왼쪽이 먼저 마비가 될 꺼라 하시더라. 그리고 순식간에 아-주 편한 상태가 되었다. 마취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표시를 했다. 이 다음에 오는 진통의 느낌은 불편한 정도로만 느껴졌다. 그리고 진통이 오는 순간순간 마다 계속 아랫배에 힘을 줬다.

     

     

     자다 깨다 하면서 힘을 주고 있었는데 9시~10시쯤 간호사가 자궁이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하러 들어오더니 10cm열렸다고 엄청 다급해 하면서 이제 힘 주는 연습 할꺼라고 자기의 호흡에 맞춰 힘을 주라고 했다. 잉효도 내 옆에 서서 내가 힘주는 걸 보고 있었는데 간호사가 내가 너무 힘 잘 준다면서 벌써 애기 머리가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는 담당 의사선생님께 연락을 했다.

     간호사들이 우르르 들어오더니 내가 누워있던 침대를 변신(?) 시키더니 순식간에 분만의자로 만들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고 무통 주사 덕분에 감각이 없는 내 다리를 간호사들이 들어 변신 된 침대 분만의자 다리 받침에 올려 두었다. 미국의 이런 시스템은 좋았다. 산모가 어디 움직이지 않아도 방 안에서 모든것이 다 해결되니 말이다.

     

     

     간호사의 신호에 따라 푸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에게 산소 호흡기를 끼우더라. 무슨일인가 해서 기계 모니터를 보니 진통이 오고 내가 힘을 줄 때 아기의 산소도가 급격히 떨어지더라. 나보고도 계속 숨 계속 쉬라고 이야기를 했다. 힘을 주지 않는 사이에는 숨을 최대한 크게 쉬어서 아기에게 산소가 갈 수 있게 했고 진통이 올때에는 힘을 쌔게 주었다. 얼마 안되어서 내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오시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푸쉬 할꺼다 해서 푸쉬를 해서 애기가 살짝 보였는데 의사선생님께서 큰소리로 애기가 탯줄에 감겨있다고 여기서 시간 끌면 아이가 위험하다며 빨리 꺼내야 한다고 했다. 만약에 내가 힘을 잘 못줘서 제시간에 못 빼면 베큠으로 아기 머리를 빨아들여 빼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내가 봐도 모니터에서 아기의 산소포화도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여서 정말 진통이 올 때 눈알 빠질 것 처럼 힘을 줬다. 그랬더니 머리가 쑥 하고 나왔는데(나는 당연히 보진 못하고 느낌만 났음) 애기의 머리가 나오자마자 바로 선생님께서 목에 감긴 탯줄을 가위로 끊어 둘둘 풀러줬다. 아기의 목에 탯줄에 3바퀴가 감겨있었다. 그리곤 스르륵 아기의 몸통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기의 색은 파란색이었다. 울지도 않고 조용했다. 그와중에 나는 혈압이 172까지 찍어 쇼크 직전이었다. 내 병실에 모든 부서의 의사선생님들이 우르르 들어오셨다. 이때 진짜 뇌에 힘 쌔게 준 듯 하다. 여기서 내가 기절하면 다 망한다 라는 생각이었고 나와 아이 사이에 있는 잉효는 맨붕 터진게 보였고…소아과 선생님께서 아기에게 이것저것을 하니 애가 약하게 울기 시작하면서 색이 노란색으로 되었다. 그리곤 거꾸로 들고 등을 계속 쓸어내리시니 갑자기 애기가 뿌아아아앙!! 하고 울면서 핑크색으로 변하더라. 그 소리를 듣고 긴장이 팍 풀리면서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팠다.

     

     아기의 배꼽에 달려있는 남은 탯줄은 잉효가 가위로 끊었다. 나에게 마취 선생님께서 진통제와 이것저것 놔주시고 다른 선생님들이 링거 세 팩을 걸더니 팔에 꽂았다. 눈알이 빠질 것 같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귀는 열고 소리는 듣고 있었는데 다행이 아기는 매우 건강하다고 한다. 모든것들의 발달이 잘 되어있고 약간의 황달이 있는데 그건 동양인들의 특징이라고 별 걱정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조금 뒤에 아기를 내 품에 올려주셨는데 너무 느낌이 이상했다. 진짜 작은게 움찔 움찔하면서 빼에에에엑 하고 내 품에서 울고 있었다. 진짜 쪼글쪼글. 그 다음에 아기를 천에 싸서 모자를 씌운 뒤 내 옆 아기 바구니에 올려주셨다.

     

     확실히 출산이란게 정말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래서 경험 해봐야 안다고 하나보다. 내가 낳은 아기와 딱 만났을때 너무 친한데 초면인, 낯선데 누구보다 잘 알겠는 그런 알수없는 관계인듯 했다. 원래는 출산 후 바로 회복병동으로 이동 하는데 나는 상태가 안좋아 지금 있는 병실에서 하루 더 아기와 있게 되었다. 모든것이 진정이 된 상태에서 남편과 둘이 작은 아기를 앞에 두고 세상 모든것에 감사했다. 특히 잘 버텨서 세상에 나와준 나의 아기에게 가장 감사하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반응형

    댓글

2022 Garden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