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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 travel: Spain & Portugal]11월의 스페인, 포르투갈 14박 15일 자유여행_8일: 세비아, 스페인 광장, 포르투갈, 카보 다 호카, 호카곶, 리스본2022_Europe 2022. 12. 29. 09:18반응형
밤새 비가 미친듯이 쏟아져 내린 세비아의 아침. 너무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가기 힘들었다. 이날 아침밥으로 가지고온 컵라면을 먹었는데 온 몸이 삭 하고 녹더라. 여행에는 역시 라면.
우리는 짐을 우선 챙겨두고 숙소 옥상으로 올라가보았다. 구시가지의 지붕들이 켜켜이 보였다. 비가와서 그런지 지붕의 색이 톤다운 되어있더라.
비가 안왔다면 아침을 여기 숙소 옥상에서 천천히 먹었어도 좋았을 뻔 했다. 아침까지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
우리는 짐을 다 챙긴 후 체크아웃을 했다. 이것도 골때리던게 아침 9시인데 카운터 문(1층)을 잠궈두고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거기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니 어떤 중년의 남자가 받더라. 그리고 우리가 카운터 문 잠겨있고 체크아웃 어떻게 하냐 물어보자 자기가 숙박업소를 여러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그중 뭘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열쇠는 그 앞에 두면된다고 오히려 아침에 전화했다고 씩씩거리면서 전화를 받더라. 숙소 앞에서 전화를 받으며 우왕좌왕 소란을 피우는 중에 주민처럼 보이시는 분(할머니)가 왜인지 모르게 1층 안쪽에서 나오시더니 카운터 문을 열어주셨다. 그리고는 그 안에 열쇠를 두는 박스가 있었음. 그 안에 열쇠를 드랍하고 나왔다. 이래저래 매우 불쾌한 숙소 경험이었다.
우리는 짐을 먼저 차에 실어두고 세비아를 살짝 구경하기로 했다. 비가 살짝 오다 말다해서 그냥 바람막이에 모자를 뒤집어 쓰고 걸어다녔다.
우리는 오늘 포르투갈로 넘어가는 장거리 운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세비아에서 보낼 수 없어 한곳만 잠시 들리기로 했다. 그래서 가기로 한 곳은 스페인광장. 뮤릴리오 정원을 가로질러가 길을 건너면 바로 스페인 광장이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뮤릴리오 정원의 담쟁이넝쿨들이 엄청 초록초록하게 있었다. 그리고 싱그러운 풀냄새가 여기저기서 났다. 조금 걷다보니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다.
사진으로 봤던 스페인광장보다 실물이 너무 예뻤다. 엄청 알록달록했다. 스페인 제국시대의 위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인공 수로을 만들어 광장 주변을 빙 둘렀는데 그 위로는 보트들이 떠 있었다. 날씨가 좋을때는 보트를 운영하나보더라.
물에 비친 스페인 광장. 너무너무 예뻤다. 날씨가 이래서 그런지 아님 아침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사진찍으면서 구경다니기 참 좋았다.
스페인 광장의 중심부로 들어오니 그 유명한 스페인의 역사를 타일로 표현한 타일벤치가 있었다.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면 더 재미있었을듯.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와보았다. 2층으로 올라 갈 수 있는데 2층에서 보는 스페인 광장은 그닥 이쁘진 않았다. 아마 건물과 타일들이 안보여서 그런듯.
우리가 절반정도 구경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오더니 지금 넷플릭스 촬영중이라 이 이상으로 넘어가지 말라고 하더라. 그때는 그냥 알겠다 하고 넘어갔는데 뭐 찍냐 물어볼껄 그랬다. 나중에 나오면 찾아보게...
예상했던 것 보다 엄청 크고 엄청 화려했던 스페인광장. 광장 앞의 공원들도 슬슬 걸어다니면서 구경을 했는데 공원 안쪽은 딱히 뭐 볼게 없더라. 엄청 큰 거위와 오리가 밥먹고 물장구 치는게 흥미로웠음.
이렇게 스페인 광장 구경을 끝내고 우리는 주차장으로 가는데 약간 온실과 같은 느낌의 카페를 발견해서 커피 한잔을 하고 가기로 했다.
우리가 들어갔던 카페 카푸치노 세비아. 실내가 생각보다 매우 넓었는데 우리는 안쪽을 둘러 볼 생각도 못하고 입구 근처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현지인들보다 여행객들이 많았던 카페였다. 많은 사람들이 케리어를 끌고 잠시 쉬었다 가거나 각자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아침을 먹으러 오더라. 그리고 저 안쪽으로 성벽을 낀 야외 자리가 있었는데 밖에 비가와서 그런지 그쪽은 문을 닫아두었다. 아마 날이 맑았다면 가장 인기있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는 카푸치노와 블랙커피 그리고 오랜지주스를 시켰다. 그리고 뭔가 아쉬워 크로와상 하나와 토마토페이스트 토스트를 하나씩 시켰다.
조금 있으니 주문한 빵들이 나왔다. 정말 다 맛있었음. 그리고 서버들도 친절하고 분위기가 좋았다. 그리고 이 카페는 화장실이 엄청 예뻤다. 잘 쉬다가 우리는 주차장으로 가 포르투갈로 출발했다.
세비아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는 약 5시간 정도 걸린다. 우리는 하도 미국에서 장거리 운전을 뛰다보니 이정도면 한번에 가면 되겠네 했더니(LA에서 센프란시스코까지 차로 6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논스톱으로 잘 다닌다. 4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베가스는 옆동네 느낌정도..) 엄마가 뒷자석에서 조용히 노력해보겠다 하셨다. 한국은 그정도면 서울에서 부산 뚫고 갔다고...
리스본으로 가는 길에는 많은 소도시들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동네동네마다 느낌이 살짝살짝 달랐다. 그런 소도시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런 소도시들을 돌아다니면 작은 주유소와 동네 슈퍼가 있는데 잠시 쉬고싶으면 그 앞에 주차를 하고 쉬었다 가면 된다. 대부분의 유럽이 그러하듯 화장실은 물건을 산 손님만 이용 가능하니 간단한 간식이나 물이라도 산 뒤 화장실 이용을 해야한다.
대부분이 이런 시골길을 오래 달렸는데 길은 깔끔하게 포장되어있고 양옆에 자연이 예쁘게 펼쳐져 있었다. 풍경 보는 재미도 있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경을 넘어가니 핸드폰이 자동으로 시간이 바뀌었다. 포르투갈이 스페인보다 1시간 느려 뭔가 시간을 번 느낌이었다.
우리는 리스본 근처에서 주유를 한번 더 했는데 이때 우리는 입에 '그라시아스'가 붙어 아주 곤란했다. '오브리가도' 혹은 '오브리가다'를 뱉어야 하는데 자꾸 짧은 스페니쉬가 튀어나오려 해서 난리였다. 마치 우리나라에 온 관광객이 '아리가또'라고 인사를 하고 다니는 꼴. 개념있게 여행을 하고싶다면 뇌의 언어세팅은 미리미리 하고 가자.
그렇게 한참을 달리 저 멀리 대서양이 보였다. 카보 다 호카 즉 호카곶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리스본의 첫 일정으로 호카곶으로 정한 이유가 도착 시간이 일몰 혹은 해가 서쪽으로 많이 넘어온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잡았다.
저기 멀리 보이는 호카곶 등대. 그리고 중간에 간식을 파는 노점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었다.
도착해서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생각보다 주차장이 넓었다. 나는 주차 할 자리가 없을까봐 좀 전전긍긍했는데 생각보다 자리가 은근 많이 있던 카보 다 로카 호카곶 주차장. 아마 비수기여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호카곶 등대. 우리는 바다 쪽으로 걸어가보았다.
유럽의 가장 서쪽 끝을 알리는 기념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줄 서 있었다. 어딜가나 메너가 있는 사람들이 있고 없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는 대부분 없는 사람들 투성이인듯. 우리는 사람들이 좀 빠질때까지 주변을 구경하면서 기다리다가 약간 한산해졌을때 줄서서 찍었다.
대서양의 바다. 파도가 매우 쌨다. 우리는 난간에 걸터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바다를 보고 있으니 이러니까 대 항해시대가 펼쳐지겠구나 싶더라. 모험심이 올라가는 풍경.
옆으로는 바다바람을 맞으며 다육식물들이 엄청나게 자라고 있었다. 야생의 다육식물.
뒤쪽으로 보이는 호카곶 등대. 사람들이 슬슬 빠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해가 완전 지면 길가에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 빠져나오기 매우 힘들다고 한다. 우리처럼 초행길인 사람들은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안전하게 나오는걸 추천한다.
이렇게 호카곶을 즐긴 뒤 우리는 리스본 안 알파마 지역에 잡아둔 숙소로 갔다. 이번에는 에어비엔비에서 집 하나를(아파트) 예약했는데 개인 주차장은 없고 가까이에 퍼블릭 파킹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집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이 멋있다.' 라는 후기가 많아서 였다. 유일한 단점은 '계단이 매우 가파르다.' 였다. 우리가 예전에 파리에서 아파트 하나를 빌린 적이 있었는데 그 파리의 아파트도 계단이 매우 가팔라 짐을 옮기기 힘들었다. 하지만 어차저차 잘 지냈었음. 우리는 그정도의 가파름을 예상하고 갔다.
리스본으로 들어왔는데 호스트가 알려준 퍼블릭 주차장을 못찾아서 우리가 동네를 빙빙 돌고 있었다. 그랬더니 어디서 사람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파킹 자리를 안내해주면서 주차를 도와주더라. 우리는 처음에 주차요원인줄 알고 안내 해준데로 스트릿에 파킹을 했더니(이미 많은 차들이 줄지어 파킹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동네 노숙자 아저씨. 영어를 정말 조금 할 줄 아셨는데 여기에 계속 주차해도 괜찮다 하셨다. 우리는 반신반의 하면서 오늘 밤은 늦었으니 아침에 차를 빼더라도 우선 여기다 주차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노숙자 아저씨에게 팁으로 2유로를 드렸다. (이 자리는 무료주차 명당이었습니다.)
케리어를 끌고 예약했던 리스본의 아파트에 도착. 내 인생의 가장 가파른 아파트의 계단 기록을 세웠다. 정말 가팔랐다. 그리고 매우 좁고 매우 길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저런 계단이 총 3단계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단 한칸이 정~말 높아서 무릎을 높게 올려 다음 칸을 딛고 올라가야 했다. 중간에 케리어를 잠깐 걸터 둘 수 있는 구조도 아니어서 한번에 들고 다다다다다 올라가야 했다. 계단 전체의 폭이 26인치 케리어만했다. 나이가 있으신분은 절대 못 올라갈 구조. 정말 힘들게 숙소로 들어갔는데 숙소는 너무 좋았다. 따뜻했고 환기도 잘 되었다. 리모델링을 다 했는지 깔끔했고 심지어 웰컴드링크로 레드와인 한병이 있었다. 저 계단이 유일한 단점이었던 숙소. 하지만 호스트가 너무너무 좋아서(연락도 바로바로되고 궁금한것 이것저것 물어봐도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만약에 짐이 별로 없다면 지내기 정말 괜찮은 숙소였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조금 쉬었다가 엄마가 아침에 마실 우유가 필요하다 하셨는데, 원래같으면 같이 슈퍼에 갔을텐데 저 계단때문에 엄마는 나오기를 포기하시고 잉효랑 나랑 둘이 동네 슈퍼로 심부름을 나왔다. 밤의 알파마지역은 활기가 넘쳤다. 이곳에는 파두 공연을 하는 레스토랑들도 많았고 늦게까지 하는 식당들도 많았다. 우리는 살짝 동네 구경 겸 심부름을 마치고 숙소로 다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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