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lifornia life: Pregnant in the USA] 미국 임신 일기, 임신 진단 테스터기, 임신 초기 증상, 유럽 해외 여행 : 6주 팬더 ~ 10주 팬더2023_U.S.A 2023. 3. 25. 07:22반응형
10월 24일(월) : 주말 내내 잉효랑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우선 우리 선택지에서는 여행을 포기한다는 항목은 없다는 것이 같았다. 이 다음은 어떻게 하면 그나마 좀 안전하고 조심스럽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것 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이번에 함께 여행가는 우리 엄마에게는 임신 사실을 우선 비밀로 하기로 했다. 미리 이야기를 했다가 계속 옆에서 "어떡해 어떡해" 하시면서 호들갑(?)에 여행도 제대로 못하실 것 같아서(+ 여행 내내 내가 저걸 감당 할 수 없어서) 여행 다녀온 후 병원에 다녀와서 이야기를 할 계획을 했다. 그리고 입덧이 시작되어 음식 냄새만 맡아도 미식거렸다.
10월 25일(화) : 슬슬 여행 짐을 챙기는데 15일 여행이라 짐이 적진 않았다. 임신 초기에는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르는 것을 조심하라고 해서 큰가방 하나(잉효) 작은 가방 하나(나)를 들고 가서 내가 딱히 힘 쓰는 일이 없도록 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중간에 마드리드에서 차를 랜트하기 전까지는 기차역에서 그래도 짐을 들고나르고 해야하는데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팬더와 함께하는 첫 여행이라 어떻게 짐을 챙겨야 하는지 감도 안온다.
10월 26일 (수) : 퇴근해서 짐을 이리저리 테트리스 해 본 후 결국은 큰 가방 하나만 가지고 가기로 했다. 아얘 나는 짐을 안들고가는 방향으로 해서(작은 토드백만 들고가기로 함) 가방 하나에 최대한 떄려넣기로 했다. 임신 12주 이전의 비행은(비행 뿐만 아니라 모든것)은 다 위험하다는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기에는 내 인생이 슬퍼질 것 같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어도 이별의 순간이 오기도 해서 나는 내가 하려던걸 하기로 선택했다. 내가 생각 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이 최악의 상황을 실제로 닥쳤을 때 조금이라도 초연해 질 수 있는 방법 인 듯 했다.
10월 27일 (목) : 퇴근만 하면 그냥 기절한다. 다행이 낮에 회사에서는 정신이 말짱한데 퇴근해서 밤 9시만 되면 누가 마취총을 쏜 듯 기절한다. 우주팬더도 피곤한가보다. 입덧이 점점 심해져 음식이 거의 안넘어간다. 몸무게가 슬슬 빠지기 시작했다.
10월 28일(금) : 입덧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것은 방울토마토와 자두 그리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삶은 계란 정도다. 나머지는 아무것도 못먹겠더라. 잉효가 집에서 라면이라도 끓이면 아주 온세상이 핑핑 돈다. 입텃캔디고 뭐고 저것 이외에 암것도 안들어감. 그리고 가슴이 아프기 시작.
10월 29일 (토) : 입덧을 하면서 느낀것이 사람은 생각보다 살아가는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우리는 매 끼니 섭취하는 에너지를 전부 소비하지 못하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 듯 하다. 입덧 때문에 방울토마토와 자두, 삶은 계란만 먹는데도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해서 집안일을 하는 등 하루가 살아가진다. 물론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식으로 먹고 있어서 살은 빠지고 있지만 생활하는데 그렇게 많은 힘이 딸리진 않더라. 단지 냄새들만 조심하면 입덧은 괜찮은 듯.
10월 30일 (일) :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의 짐을 다 쌌다. 그래도 알차게 쌌다. 케리어 하나에 두명분의 옷가지와 생필품 그리고 고추참치와 즉석밥 그리고 김 등을 챙겼다. 역시 사람은 살아가는데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 줄이면 다 줄일 수 있음.
11월 1일(화) : 오전에 출근을 해서 일을 어느정도 마무리 해 두고 점심때 쯤 우버를 불러 LAX로 갔다. 12시간 정도의 장거리 비행이라 괜찮을지 모르겠다. 엄마는 한국에서 출발하셔서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마 우주팬더와 함께 여행하는 것은 꿈에도 모르시겠지.
11월 2일 (수) : 바르셀로나에 오후 3시쯤 도착해 먼저 호텔로 잉효랑 둘이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짐 풀고 샤워를 했다. 12시간 비행 내내 두세번 정도 일어나서 비행기 복도를 걸었는데, 완전 만석이라 복도를 걷는 것 조차 빡빡해 더 많이 걷진 못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골반이 아프더라. 그래도 어차저차 잘 온듯. 엄마는 저녁 7시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호텔로 오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호텔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11월 3일(목) : 생각해보니 항구 도시인 바르셀로나에 왔는데 생선요리를 못먹는다. 산부인과 선생님께서 생선요리를 피하라고 하셨기 때문에(수은때문) 새우와 칼라마리 조개 위주로 먹고 있다. 그리고 하몽도 못먹고… 엄마가 왜 안먹냐며 의아해 하시면서 치즈와 함께 하몽을 엄청 맛있게 드시는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11월 4일 (금) : 엄마들은 왜이리 음식과 영양제등을 권유하는지 모르겠다. 알아서 잘 챙겨먹는데 본인 몸에 맞는다고 다른 사람도 다 맞는것도 아닌데 왜이리 권해서 먹이려고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도 또 다시 다른 것을 권하신다. 심지어 지금 우주팬더가 있어서 술은 일절 못마시는데 계속 권하시는 우리엄마. 안먹는다 하니 매우 실망하신다.
11월 6일(일) : 혈액 생성이 많아져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힘들더라. 그걸 본 엄마는 나와 비교를 하며 본인이 체력이 좋아지신줄 아시더라. 그 전 여행에서는 본인이 가장 빨리 지쳤는데 지금은 나를 이겼다며 뿌듯(?)해 하시며 이게 요가를 꾸준히 한 힘이라 하신다. 아무것도 모르는 귀여운 엄마.
11월 10 (목) : 9일에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넘어왔다. 호르몬때문인지 감정기복이 장난아니다. 그리고 핑거 프린세스들 때문에(잉효와 엄마)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찾아서 알려줘야 해서 멀미가 난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겠다 라는 대답으로 일관하니 좀 덜 물어보더라.
11월 12(토) : 포르토로 넘어오니 조금 여유로워 진 느낌이다. 컨디션이 그 전보다는 괜찮아 진 듯 하다. 가슴이 호르몬 때문에 엄청 아프다가도 어느날은 하나도 안아프더라. 우주팬더가 잘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 전까지는 정신없어서 우주팬더 생각도 잘 못했는데 여유로운 포르토에서는 생각이 나더라. 역시 임신 초기때는 아무것도 모르겠나보다.
11월 14일(월) : 여행의 마지막 날. 엄마를 먼저 한국으로 보내고, 나와 잉효 둘이서 바르셀로나 밤거리를 걸었다. 이때 기분이 엄청 좋았다. 입덧도 괜찮아지고 컨디션도 안정적이어서 이리저리 휘적휘적 걸어다녔다.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나눠 줄 기념품도 이때 다 샀다. 이제 또 다시 엘에이로 가는 장거리 비행만 남았는데 잘 한번 돌아가봐야겠다.
11월 16일(수) : 15일 저녁에 엘에이에 도착해 집 들어가자마자 바로 씻고 기절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 가는 비행기보다 더 힘들었다. 내 뒷자석의 북유럽계의 남자가 다리가 길어 계속 내 의자를 차고 난리 법석이었다. 내가 차지 말라고 주의를 주며 뒤를 봤는데 이미 그분의 무릎은 내 의자 등받이에 닿고 쩍벌 자세로 앉아계시더라. 참… 그분도 차고 싶지 않은데 무릎으로 계속 내 의자를 건드시니… 힘든 비행이었다. 오늘 아침에 혹시나 해서 임신 테스트를 해봤는데 선명한 두줄. 근데 찾아보니 유산이 되더라도 2주 동안은 두줄이 뜬다고 하더라. 병원을 갈 때까지는 우주팬더가 잘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
11월 18일(금) : 두번째 병원 방문. 우주팬더가 10주 되었다고 한다.
대단하고 대견하게 유럽여행을 버텨주었다. 휴양지에 간 것도 아니고 걷기도 엄청 많이 걷고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는데 동그라미에서 강낭콩 모양이 되어 있었다. 심장소리도 들었는데 클레식 기차 소리가 나더라. 추쿠추쿠추쿠추쿠- 그리고 예정일도 나왔는데 6월 16일 이란다. 10주 팬더의 사이즈는 3.05cm. 진짜 쪼그맣다. 초음파로 보는 내내 엄청 꿈찔꿈찔 거리면서 움직이더라. 이 때 육성으로 의사선생님께서 귀엽다고 난리셨다. 꿈찔꿈찔 우주팬더. 토끼띠 우주팬더.
반응형'2023_U.S.A' 카테고리의 다른 글